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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책리뷰

by 늘품's 팔레트 2023. 7. 25.
목차

1. 산해진미 도시락
2.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3. 삼각김밥의 용도
4. 원 플러스 원
5. 불편한 편의점
6. 네 캔에 만 원
7.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8. ALWAYS

동네에 하나씩 있어 어쩌면 그 존재가 너무 당연해진 편의점.
이 책을 읽기 전, 편의점을 떠올렸을 때 이미지는 그냥 단순했다.
편리한 곳. 편의를 제공해주는 곳.
 
그래서 책제목이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말에 의아했다.
편의점이 불편하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책을 딱 펼치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그냥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같고
현실 반영이 잘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 흥미로웠는데 그렇게 읽다보니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처음이었다.
 


편의점에 가면 많이 먹는 메뉴 중엔 컵라면, 삼각김밥 그리고 도시락이 있다.
요즘엔 도시락 종류가 정말 많아서 어떤 걸 먹을지 고민이 많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도시락 중 판매기간이 살짝 지난 상품들은  편의점 점원들에게는 식사메뉴가 되기도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본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의 근무시간대에 어떤 메뉴가 기한이
지나는지 점검해서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눈치싸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한 현실이 잘 반영되어 인물들의 감정이 공감되는 챕터였다.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이 책의 두번 째 챕터 제목이다.
제목을 딱 읽어봤을 때 무슨 의미인지 전혀 감이 안왔다.
그래서 얼른 읽어서 그 해결증을 해소하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기도 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사수가 제일 중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해당되는 말.
 
사수는 새로 들어온 후배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일을 대충한다던지, 소위 말하는 MZ같은 당당함에 골치가 아프다면
사수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처리하기도 바쁜데 골칫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아닌 열심히 하고 싶은데 배우는 속도가 느린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는 빨리 빨리 일처리하며 모든 것에 능숙한 사람을 바라겠지만,
처음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인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처음엔 다들 낯설고 어려워한다.
그 시간이 모두에게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사람의 노력을 보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면 너무 서글픈 현실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었던 포인트 중에 하나를 얘기해보자면,
할머니들이 편의점은 비싸서 안산다고 하시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독고씨가 와서
할인 상품이나 원플러스원 상품으로 사면 마트보다 싸다고 소개해주는 장면이었다.
 
나도 어렸을 땐, 편의점은 비싸니까 무조건 마트를 가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원플러스원 하는 걸 보고 오히려 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때문이다.
 
역시 사람 사는 거, 생각 하는 거,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편의점엔 각가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드나든다.
취업때문에 지쳐가는 사람, 가족 간의 갈등에 힘들어하는 사람 등등
이러한 사람들이 편의점을 거쳐가며 위로받는 사람은 다름 아닌 독고씨이다.
 
독고씨를 그냥 봤을 때는 말도 느리고 하는 행동도 어리숙해보여
답답해보이지만, 독고씨와 얘기하다보면 어느덧 위로를 받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 숨겨져있던 독고씨에 대한 비밀을 보고,
그가 살아온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었고, 내 삶은 어떤 삶이었는지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불편한 편의점(벚꽃 에디션)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한 후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그린 경쾌한 작품과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작가 김호연.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출간되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입가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 소설에서도 독특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서로 티격태격하며 별난 관계를 형성해간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이 그들이다. 제각기 녹록지 않은 인생의 무게와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를 관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대립, 충돌과 반전, 이해와 공감은 자주 폭소를 자아내고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저자
김호연
출판
나무옆의자
출판일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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